부부싸움 첫마디는 이렇게 꺼내라…'설날 이혼' 막을 대화법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1-20 16:57 조회84회 댓글0건본문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되는 법이다. 가정의 근간은 단연 부부다. 부부가 행복해야 가정도 행복하다. 그러나 2024년 한국 사회에서 ‘부부’는 ‘행복’의 상징이 아니다. 결혼보다 이혼이, 사랑보다 불륜이 주목받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혼한 부부(9만3000쌍)는 같은 해 결혼한 부부(19만2000쌍)의 48%에 달한다. 하지만 이혼하려고 결혼하는 부부는 없다. 누구나 사랑해서, 행복하려고 부부가 된다. 결혼의 끝이 이혼이 아닌 행복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가 행복한 부부의 비밀을 파헤친다. 행복한 부부도 싸웠다. 하지만 절대 넘지 않는 선이 있었다.
hello! Parents가 만난 ‘행복한 부부’ 여섯 쌍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나이·학력·직업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갈등에 대처하는 방식은 서로 닮아 있었다. 그 덕에 싸움은 커지지 않았고, 감정이 다치는 일도 거의 없었다. 대체 이들 부부가 싸우는 방식은 뭐가 달랐을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섯 쌍의 부부는 ‘로크-월러스 결혼 적응 검사’에 응했다. 결혼 만족도를 보여주는 검사로, 여섯 쌍의 부부는 평균 131.7점(158점 만점)을 받았다. 일반적인 부부는 100점가량 나오는 게 보통이고, 이혼 위기의 부부는 20~30점(100점 환산 시 12.7~19점) 정도가 나온다. 36년간 부부 3000쌍의 일상을 비디오에 담아 이들이 대화하고 다투는 과정을 분석한 심리학자가 있다. 존 가트맨 워싱턴주립대 명예교수다. 그는 행복하게 사는 부부와 헤어지는 부부가 무엇이 다른지 찾아냈는데, 그건 바로 ‘싸움의 방식’이었다. 모든 부부가 싸웠지만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헤어지는 부부는 서로를 비난하거나 경멸하고, 상대의 말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며 반격하고, 상황을 회피해버렸다. 반면에 행복한 부부는 상대를 바라보고, 대꾸하며, 자주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게도 싸움의 방식을 통해 이혼 여부를 예측한 결과는 실제와 96%나 일치했다. 결국 ‘말’이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를 결정하는 셈이었다. 가트맨 교수가 자신의 저서 『부부 감정 치유』에서 관계를 회복하는 솔루션으로 대화법을 제시한 건 그래서다. 가트맨 교수의 주장은 여섯 쌍의 부부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부부도 싸웠다. 하지만 다투는 순간에도 상대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배려했다. “남편은 뭔가 지적할 때 비난하지 않고 이렇게 말해요. ‘네가 속상할까 봐 그래.’ 남편의 지적이 나를 위한 말이라는 걸 아니까, 싸움이 커지지 않더라고요.”
2021년 결혼한 하은미(33)씨는 “남편과 싸우지 않느냐”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사실 남편 김한얼(33)씨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연애 초기 하씨는 남편이 어디 있는지 늘 확인했고, 그의 말이 사실인지 의심하곤 했다. 전 남자친구가 거짓말을 일삼아 의심이 많아진 탓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목소리를 높이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 충분히 설명했다. 하씨는 평소 화가 날 때도 소리를 지르거나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상대의 감정을 다치게 할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늘 다정하게 말을 거는 아내를 보며 남편 김씨도 직설적인 대화가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아내가 원하는 건 조언이나 해결책이 아니라 공감과 위로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후 공감과 위로의 말로 대화를 시작하려고 애썼다. 조언하고 싶을 땐 “네가 속상할까 봐”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가트맨 교수는 이를 ‘정서적 조율’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 과정에서 친밀감과 신뢰가 쌓인다고 봤다. 상대의 부정적 감정을 “괜찮아” “신경 쓸 거 없어” 하는 식으로 일축해 버리지 않고, 공감해 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부부 사이가 더 돈독해진다. 가트맨 교수의 부부 상담 솔루션을 한국에 소개한 것으로 유명한 HD행복연구소장 최성애(68), 고려대 석좌교수 조벽(68) 부부도 “결국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나아가 부드럽게 말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부정적 감정이 남지 않고, 긍정적인 감정이 쌓인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평소 다정하게 말하는 습관을 통해 ‘정서 통장’에 긍정적 감정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최성애·조벽 부부는 2016년 서울 종로에 연구소를 지으며 ‘정서 통장’ 덕을 톡톡히 봤다. 부부는 연구소를 지으며 자주 갈등했는데, 나무 문제로 가장 크게 대립했다. 아내 최씨는 마당에 있던 나무를 옮겨 심었다가 연구소가 다 지어지면 가져오고 싶어 했다. 하나에 3t 정도 되는 나무가 여러 그루였다. 남편 조씨가 “건축사나 조경사도 반대하니 무리하지 말자”고 했지만, 아내는 물러서지 않았다. 조씨는 “나는 물 흐르는 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아내는 고비를 극복해야 한다고 믿었다”며 “이때 크게 부닥쳤다”고 회상했다. 이 문제는 결국 남편 조씨의 양보로 마무리됐다. 그는 “문득 아내가 아니라 나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유년 시절 자메이카와 미국에서 생활한 조씨는 포기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제3세계 출신의 아이가 자기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늘 부닥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부족할 것 없이 자란 최씨는 그렇지 않았다. 조씨는 “아내의 관점을 이해하자 평소 나를 존중하고 늘 맞춰주려 했던 모습이 떠올랐다”며 “결국 깔끔하게 양보했고, 다시는 이 문제로 다투지 않았다”고 했다.
결혼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대화와 감정 같은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보는 관계성 이론, 교육 수준, 소득 같은 물리적 자원과 그에 따른 권력관계에 방점을 찍는 자원 이론, 성 역할에 대한 관점을 강조하는 성 역할 이론이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 활동이 늘면서 성 역할 이론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핵심은 가사·육아 분담이다. 가사·육아 부담이 많은 쪽이 결혼 만족도가 낮았고, 가사 분담에 대해 공평하다고 느낄수록 결혼 만족도가 높았다.
hello! Parents가 만난 부부 여섯 쌍 중 네 쌍은 자녀를 셋 이상 둔 다자녀 가정이었다. 둘 다 법조인인 강인구(56)·신한미(53) 부부는 오 남매, 맞벌이 직장인 손종태(40)·김보라(36) 부부는 네 자매를 뒀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이선우(43)·조진희(41) 부부와 남편이 배우인 정은표(58)·김하얀(46) 부부는 각각 세 남매를 키우고 있었다. 자녀가 많으면 가사와 육아 부담도 커진다. 이들 부부는 어떻게 분담하고 있을까? 네 쌍의 부부는 상대 배우자의 가사·육아 참여도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줬다. ‘배우자가 가사 및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는 질문엔 모두 5점 만점에 4점 혹은 5점을 줬다. ‘가사 및 육아를 공평하게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4점이나 5점을 줬다. 배우자가 가사와 육아에 잘 동참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일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가사·육아를 잘 분담했지만, 칼로 무 자르듯 일을 나누는 부부는 없었다. 대부분 “상황에 맞춰 알아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뉘었다”고 했다. “네 일 내 일 정해놓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렇게 나누면 한쪽에 일이 몰리더라고요. 상황에 맞춰서 어떨 땐 내가 좀 더 하고, 어떨 땐 좀 덜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눴죠.” 강인구(변호사)·신한미(판사) 부부는 “둘 다 일이 많은데, 어떻게 아이를 다섯이나 키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변호사로 일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남편 강씨가 아이들 등·하원이나 학교 운영위원회 활동 등 육아를 도맡았다. 야근이나 지방 근무가 잦은 신씨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가사를 좀 더 했다. 아무리 상황에 맞춰 해도 일은 몰리게 마련이다. 게다가 이들에겐 돌봐야 할 아이가 다섯이나 있었다. 아내 신씨는 “희생하지 않는 선에서 각자 할 수 있는 걸 했다”고 말했다. 나를 희생하거나 바꾸면 손해본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면 싸울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는 남편이 양말을 엉망으로 벗어 놔도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정리하는 건 내 생활 방식이니 남편에게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편 강씨도 “부부는 부족한 걸 채워주는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의 가사·육아 참여도에는 만점(5점)을 줬지만, ‘가사·육아 분담이 공평한가’ 묻는 문항엔 3점을 줬다. 상대방에게 불만이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내가 아무리 해도 아내에게 일이 더 몰릴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도움을 청할 땐 거절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씨는 아내보다 가사·육아 기여도가 낮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신씨는 “불만이 없다”고 했다.
한참 손이 많이 가는 네 살 세쌍둥이와 6개월 된 넷째를 키우는 손종태·김보라 부부 역시 상황에 맞춰 가사·육아를 나눴다. 피트니스센터를 관리하는 남편 손씨는 새벽 5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일한 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려온다. 이때부터 아내가 퇴근할 때까지는 손씨가 아이들을 전담해서 돌본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는 김씨는 남편이 없는 아침 시간을 책임진다. “머리를 맞대고 나눈 적은 없어요. 그냥 누가 뭔가를 하고 있으면, 나머지를 다른 사람이 해요. 캠핑이 취미인데, 제가 텐트를 치면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지는 식이죠.”(웃음) 남편 손씨는 “잘하는 걸 하기보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걸 내가 하는 식으로 일이 나뉘었다”고 말했다. 아내 김씨는 “아이를 넷이나 키웠지만, 대변 기저귀 가는 건 도무지 적응이 안 돼 남편이 전담한다”며 웃었다. 대신 그는 빨래·요리 같은 가사를 도맡는다. 남편이 이런 일을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또 김씨가 좋아하지 않는 빨래 개기나 쓰레기 버리기는 남편이 한다.
가트맨 교수는 “부부가 서로 신뢰하면, 집안일을 떠넘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신뢰는 배우자가 나를 위한다는 믿음이다. 바로 이 믿음이 있어야 부부 관계가 행복해진다. 결혼생활이 한쪽이 이기면 다른 한쪽은 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양쪽이 협력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hello! Parents가 만난 부부들이 “가사·육아가 자연스럽게 나뉘었다”고 입을 모았던 게 신뢰의 증거인 셈이다. 여섯 쌍의 부부 중 네 쌍이 세 자녀 이상을 낳은 것도 육아를 둘러싼 갈등이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부부는 닮는다’ ‘비슷해야 잘 산다’는 말은 사실일까? 로크-월러스 결혼 적응 검사에서 첫 여덟 문항은 부부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묻는다. 경제적 문제나 휴가·여가, 애정표현과 성생활, 친구나 주변 사람, 양가 부모와 형제 혹은 친인척, 가치관과 생활방식, 인생관 등 모든 항목에서 부부가 일치하면 53점을 받는다. hello! Parents가 인터뷰한 부부의 평균 점수는 41.9점이었다. 80% 가까운 일치도를 보인 것이다. “애정 표현에 적극적인 아내와 살며 습관이 됐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내와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나와 안아주고 뽀뽀해 주곤 했는데, 그때의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8개 문항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부부는 남편이 배우인 정은표·김하얀 부부였다. 특히 두 사람은 애정 표현을 강조했다. 남편 정씨는 “표현을 많이 하다 보니 신혼 때보다 지금 아내를 더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혼 초 실수로 아내 앞에서 방귀를 뀌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자신이 민망해할까 봐 아내가 “사랑해”라고 했는데, 사소하지만 사랑받고 있다는 충만감이 생겼던 것이다. 그는 “애정 표현을 할수록 행복감이 커지고, 그만큼 사랑도 깊어진다”고 강조했다. 정은표·김하얀 부부의 경우 같은 취미 활동을 하며 여가를 함께 보내는 것도 눈에 띄었다. 부부는 3년간 함께 탁구를 했고, 지금은 테니스를 친다. 아내 김씨는 “취미생활을 함께하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고 했다. 평소 잘 드러나지 않는 모습을 알게 되고, 상대의 취향을 존중하는 마음도 커지기 때문이다. 2011년 1억5000만원으로 신혼살림을 시작해, 현재 한국·캐나다에 수십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선우·조진희 부부도 비슷한 가치관을 가졌다. 두 부부가 부동산을 사고파는 의사결정을 반복하면서 큰 갈등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이 “싸워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생각이 비슷했는데, 비결은 대화였다. “연애할 때 카페에서 경제 서적을 함께 읽었어요. 같이 임장(臨場, 현장에 임한다는 뜻으로 부동산 투자자들이 현장을 찾아가 이것저것 조사하는 걸 의미함)도 다녔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떻게 살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어요. 덕분에 만난 지 10개월 만에 결혼할 수 있었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던 2011년 집을 사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도, 이후 3년간 충북 진천 산업단지 인근에 소형 아파트를 매입하는 등 월 300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린 것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캐나다로 이주한 것도 모두 끊임없는 대화 덕분이다. 이선우·조진희 부부에겐 의사결정의 원칙이 있었다. “끝장토론을 벌여 결정하고, 그 뒤엔 잘못되더라도 절대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중앙일보발췌)
hello! Parents가 만난 ‘행복한 부부’ 여섯 쌍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나이·학력·직업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갈등에 대처하는 방식은 서로 닮아 있었다. 그 덕에 싸움은 커지지 않았고, 감정이 다치는 일도 거의 없었다. 대체 이들 부부가 싸우는 방식은 뭐가 달랐을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섯 쌍의 부부는 ‘로크-월러스 결혼 적응 검사’에 응했다. 결혼 만족도를 보여주는 검사로, 여섯 쌍의 부부는 평균 131.7점(158점 만점)을 받았다. 일반적인 부부는 100점가량 나오는 게 보통이고, 이혼 위기의 부부는 20~30점(100점 환산 시 12.7~19점) 정도가 나온다. 36년간 부부 3000쌍의 일상을 비디오에 담아 이들이 대화하고 다투는 과정을 분석한 심리학자가 있다. 존 가트맨 워싱턴주립대 명예교수다. 그는 행복하게 사는 부부와 헤어지는 부부가 무엇이 다른지 찾아냈는데, 그건 바로 ‘싸움의 방식’이었다. 모든 부부가 싸웠지만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헤어지는 부부는 서로를 비난하거나 경멸하고, 상대의 말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며 반격하고, 상황을 회피해버렸다. 반면에 행복한 부부는 상대를 바라보고, 대꾸하며, 자주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게도 싸움의 방식을 통해 이혼 여부를 예측한 결과는 실제와 96%나 일치했다. 결국 ‘말’이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를 결정하는 셈이었다. 가트맨 교수가 자신의 저서 『부부 감정 치유』에서 관계를 회복하는 솔루션으로 대화법을 제시한 건 그래서다. 가트맨 교수의 주장은 여섯 쌍의 부부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부부도 싸웠다. 하지만 다투는 순간에도 상대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배려했다. “남편은 뭔가 지적할 때 비난하지 않고 이렇게 말해요. ‘네가 속상할까 봐 그래.’ 남편의 지적이 나를 위한 말이라는 걸 아니까, 싸움이 커지지 않더라고요.”
2021년 결혼한 하은미(33)씨는 “남편과 싸우지 않느냐”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사실 남편 김한얼(33)씨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연애 초기 하씨는 남편이 어디 있는지 늘 확인했고, 그의 말이 사실인지 의심하곤 했다. 전 남자친구가 거짓말을 일삼아 의심이 많아진 탓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목소리를 높이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 충분히 설명했다. 하씨는 평소 화가 날 때도 소리를 지르거나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상대의 감정을 다치게 할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늘 다정하게 말을 거는 아내를 보며 남편 김씨도 직설적인 대화가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아내가 원하는 건 조언이나 해결책이 아니라 공감과 위로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후 공감과 위로의 말로 대화를 시작하려고 애썼다. 조언하고 싶을 땐 “네가 속상할까 봐”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가트맨 교수는 이를 ‘정서적 조율’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 과정에서 친밀감과 신뢰가 쌓인다고 봤다. 상대의 부정적 감정을 “괜찮아” “신경 쓸 거 없어” 하는 식으로 일축해 버리지 않고, 공감해 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부부 사이가 더 돈독해진다. 가트맨 교수의 부부 상담 솔루션을 한국에 소개한 것으로 유명한 HD행복연구소장 최성애(68), 고려대 석좌교수 조벽(68) 부부도 “결국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나아가 부드럽게 말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부정적 감정이 남지 않고, 긍정적인 감정이 쌓인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평소 다정하게 말하는 습관을 통해 ‘정서 통장’에 긍정적 감정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최성애·조벽 부부는 2016년 서울 종로에 연구소를 지으며 ‘정서 통장’ 덕을 톡톡히 봤다. 부부는 연구소를 지으며 자주 갈등했는데, 나무 문제로 가장 크게 대립했다. 아내 최씨는 마당에 있던 나무를 옮겨 심었다가 연구소가 다 지어지면 가져오고 싶어 했다. 하나에 3t 정도 되는 나무가 여러 그루였다. 남편 조씨가 “건축사나 조경사도 반대하니 무리하지 말자”고 했지만, 아내는 물러서지 않았다. 조씨는 “나는 물 흐르는 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아내는 고비를 극복해야 한다고 믿었다”며 “이때 크게 부닥쳤다”고 회상했다. 이 문제는 결국 남편 조씨의 양보로 마무리됐다. 그는 “문득 아내가 아니라 나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유년 시절 자메이카와 미국에서 생활한 조씨는 포기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제3세계 출신의 아이가 자기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늘 부닥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부족할 것 없이 자란 최씨는 그렇지 않았다. 조씨는 “아내의 관점을 이해하자 평소 나를 존중하고 늘 맞춰주려 했던 모습이 떠올랐다”며 “결국 깔끔하게 양보했고, 다시는 이 문제로 다투지 않았다”고 했다.
결혼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대화와 감정 같은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보는 관계성 이론, 교육 수준, 소득 같은 물리적 자원과 그에 따른 권력관계에 방점을 찍는 자원 이론, 성 역할에 대한 관점을 강조하는 성 역할 이론이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 활동이 늘면서 성 역할 이론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핵심은 가사·육아 분담이다. 가사·육아 부담이 많은 쪽이 결혼 만족도가 낮았고, 가사 분담에 대해 공평하다고 느낄수록 결혼 만족도가 높았다.
hello! Parents가 만난 부부 여섯 쌍 중 네 쌍은 자녀를 셋 이상 둔 다자녀 가정이었다. 둘 다 법조인인 강인구(56)·신한미(53) 부부는 오 남매, 맞벌이 직장인 손종태(40)·김보라(36) 부부는 네 자매를 뒀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이선우(43)·조진희(41) 부부와 남편이 배우인 정은표(58)·김하얀(46) 부부는 각각 세 남매를 키우고 있었다. 자녀가 많으면 가사와 육아 부담도 커진다. 이들 부부는 어떻게 분담하고 있을까? 네 쌍의 부부는 상대 배우자의 가사·육아 참여도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줬다. ‘배우자가 가사 및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는 질문엔 모두 5점 만점에 4점 혹은 5점을 줬다. ‘가사 및 육아를 공평하게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4점이나 5점을 줬다. 배우자가 가사와 육아에 잘 동참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일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가사·육아를 잘 분담했지만, 칼로 무 자르듯 일을 나누는 부부는 없었다. 대부분 “상황에 맞춰 알아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뉘었다”고 했다. “네 일 내 일 정해놓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렇게 나누면 한쪽에 일이 몰리더라고요. 상황에 맞춰서 어떨 땐 내가 좀 더 하고, 어떨 땐 좀 덜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눴죠.” 강인구(변호사)·신한미(판사) 부부는 “둘 다 일이 많은데, 어떻게 아이를 다섯이나 키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변호사로 일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남편 강씨가 아이들 등·하원이나 학교 운영위원회 활동 등 육아를 도맡았다. 야근이나 지방 근무가 잦은 신씨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가사를 좀 더 했다. 아무리 상황에 맞춰 해도 일은 몰리게 마련이다. 게다가 이들에겐 돌봐야 할 아이가 다섯이나 있었다. 아내 신씨는 “희생하지 않는 선에서 각자 할 수 있는 걸 했다”고 말했다. 나를 희생하거나 바꾸면 손해본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면 싸울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는 남편이 양말을 엉망으로 벗어 놔도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정리하는 건 내 생활 방식이니 남편에게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편 강씨도 “부부는 부족한 걸 채워주는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의 가사·육아 참여도에는 만점(5점)을 줬지만, ‘가사·육아 분담이 공평한가’ 묻는 문항엔 3점을 줬다. 상대방에게 불만이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내가 아무리 해도 아내에게 일이 더 몰릴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도움을 청할 땐 거절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씨는 아내보다 가사·육아 기여도가 낮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신씨는 “불만이 없다”고 했다.
한참 손이 많이 가는 네 살 세쌍둥이와 6개월 된 넷째를 키우는 손종태·김보라 부부 역시 상황에 맞춰 가사·육아를 나눴다. 피트니스센터를 관리하는 남편 손씨는 새벽 5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일한 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려온다. 이때부터 아내가 퇴근할 때까지는 손씨가 아이들을 전담해서 돌본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는 김씨는 남편이 없는 아침 시간을 책임진다. “머리를 맞대고 나눈 적은 없어요. 그냥 누가 뭔가를 하고 있으면, 나머지를 다른 사람이 해요. 캠핑이 취미인데, 제가 텐트를 치면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지는 식이죠.”(웃음) 남편 손씨는 “잘하는 걸 하기보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걸 내가 하는 식으로 일이 나뉘었다”고 말했다. 아내 김씨는 “아이를 넷이나 키웠지만, 대변 기저귀 가는 건 도무지 적응이 안 돼 남편이 전담한다”며 웃었다. 대신 그는 빨래·요리 같은 가사를 도맡는다. 남편이 이런 일을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또 김씨가 좋아하지 않는 빨래 개기나 쓰레기 버리기는 남편이 한다.
가트맨 교수는 “부부가 서로 신뢰하면, 집안일을 떠넘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신뢰는 배우자가 나를 위한다는 믿음이다. 바로 이 믿음이 있어야 부부 관계가 행복해진다. 결혼생활이 한쪽이 이기면 다른 한쪽은 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양쪽이 협력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hello! Parents가 만난 부부들이 “가사·육아가 자연스럽게 나뉘었다”고 입을 모았던 게 신뢰의 증거인 셈이다. 여섯 쌍의 부부 중 네 쌍이 세 자녀 이상을 낳은 것도 육아를 둘러싼 갈등이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부부는 닮는다’ ‘비슷해야 잘 산다’는 말은 사실일까? 로크-월러스 결혼 적응 검사에서 첫 여덟 문항은 부부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묻는다. 경제적 문제나 휴가·여가, 애정표현과 성생활, 친구나 주변 사람, 양가 부모와 형제 혹은 친인척, 가치관과 생활방식, 인생관 등 모든 항목에서 부부가 일치하면 53점을 받는다. hello! Parents가 인터뷰한 부부의 평균 점수는 41.9점이었다. 80% 가까운 일치도를 보인 것이다. “애정 표현에 적극적인 아내와 살며 습관이 됐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내와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나와 안아주고 뽀뽀해 주곤 했는데, 그때의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8개 문항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부부는 남편이 배우인 정은표·김하얀 부부였다. 특히 두 사람은 애정 표현을 강조했다. 남편 정씨는 “표현을 많이 하다 보니 신혼 때보다 지금 아내를 더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혼 초 실수로 아내 앞에서 방귀를 뀌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자신이 민망해할까 봐 아내가 “사랑해”라고 했는데, 사소하지만 사랑받고 있다는 충만감이 생겼던 것이다. 그는 “애정 표현을 할수록 행복감이 커지고, 그만큼 사랑도 깊어진다”고 강조했다. 정은표·김하얀 부부의 경우 같은 취미 활동을 하며 여가를 함께 보내는 것도 눈에 띄었다. 부부는 3년간 함께 탁구를 했고, 지금은 테니스를 친다. 아내 김씨는 “취미생활을 함께하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고 했다. 평소 잘 드러나지 않는 모습을 알게 되고, 상대의 취향을 존중하는 마음도 커지기 때문이다. 2011년 1억5000만원으로 신혼살림을 시작해, 현재 한국·캐나다에 수십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선우·조진희 부부도 비슷한 가치관을 가졌다. 두 부부가 부동산을 사고파는 의사결정을 반복하면서 큰 갈등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이 “싸워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생각이 비슷했는데, 비결은 대화였다. “연애할 때 카페에서 경제 서적을 함께 읽었어요. 같이 임장(臨場, 현장에 임한다는 뜻으로 부동산 투자자들이 현장을 찾아가 이것저것 조사하는 걸 의미함)도 다녔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떻게 살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어요. 덕분에 만난 지 10개월 만에 결혼할 수 있었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던 2011년 집을 사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도, 이후 3년간 충북 진천 산업단지 인근에 소형 아파트를 매입하는 등 월 300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린 것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캐나다로 이주한 것도 모두 끊임없는 대화 덕분이다. 이선우·조진희 부부에겐 의사결정의 원칙이 있었다. “끝장토론을 벌여 결정하고, 그 뒤엔 잘못되더라도 절대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중앙일보발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