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일하고 돌아왔는데...” 정년 퇴직 후에 알게 된 아내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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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4-15 16:29 조회1,112회 댓글0건본문
“하루 종일 같이 지내는 건 40년 만에 처음이니까,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막상 1주일 같이 있어보니 숨이 막혀서... 오늘 뭐해? 어디 가? 몇 시에 들어와? 내 밥은? 매일 꼬치꼬치 캐물어서 성가셔 죽겠다. 밥 먹고 나면 각자 그릇 치우고 식탁도 닦으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한다. 스스로 찾아서 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시키지 않으면 하지 않고, 잔소리 좀 하면 듣기 싫다고 버럭하고, 모순 덩어리다.” 일본의 평범한 주부가 ‘시니어라이프’라는 제목으로 만든 6분짜리 유튜브 영상 자막의 일부다. 65세에 정년 퇴직해서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위해 집밥을 준비하는 요리 동영상이다. 주부의 주름 잡힌 손과 음식, 냄비, 그릇 정도만 화면에 비칠 뿐, 얼굴과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단순한 집밥 요리 영상이지만, 퇴직한 남편에 대한 아내의 솔직한 심정이 자막에 깨알같이 담겼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조회수는 315만회에 육박한다. 영상에 달린 댓글도 2600개가 넘는데, ‘아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와 ‘그동안 남편이 힘들게 돈을 벌어왔는데 구박이 지나치다’는 찬반 양론이 가득하다. 천국이냐 지옥이냐. 퇴직 이후 인생 전환기에 부부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퇴직 후 부부는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재정비하느냐에 따라 제2의 신혼을 보낼 수도 있고 황혼이혼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 은퇴 연착륙 승패는 부부 관계에 달렸다. 사토신이치(佐藤眞一) 전 오사카대학교 대학원 노년행동학 교수는 12일 조선일보 [행복한 노후 탐구]와의 인터뷰에서 “꿈과 낭만을 추구하는 남성은 정년퇴직을 종착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안정을 추구하는 아내는 새출발이라고 여긴다”면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면, 퇴직 이후 예상되는 배우자의 심리 변화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토 교수는 일본 사이타마(埼玉)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메이지대, 오사카대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노년학 전문가인 그는 <노인 심리를 알기 위한 112개 키워드>, <우리 가족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나이 든 나와 살아가는 법>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1️⃣‘ 천국 vs 지옥’ 은퇴 부부의 동상이몽
–월급이 끊기는 삶은 공포스럽다.
“인간은 수입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일할 땐 월급이 있으니 나름대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퇴직 후에는 (연금이 넉넉한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여성은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남성보다 더 많이 불안감을 느낀다. 하지만 꿈과 낭만을 추구하는 남성은 아내의 불안감엔 아랑곳하지 않고 ‘은퇴 환상’을 품는다. 돈이 필요해서 일했으면서, 꿈이나 낭만이 더 중요하다고 착각한다.”
–‘은퇴 환상’이라는 말이 재미있다.
“현역 시절엔 안정을 추구하는 아내와 낭만을 추구하는 남편 심리가 균형을 이룬다. 그런데 남편이 퇴직하고 나면 이런 균형이 깨진다. 아내는 ‘남편이 일을 계속하고 돈도 벌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괜찮은 일이 없다’거나 ‘그런 일은 하기 싫다’면서 모른 척 하니 결국 부부끼리 다투게 된다. 퇴직한 남편은 ‘지금까지는 일을 우선시했지만 이제부터는 아내랑 여생을 즐겁게 보내야지’라고 제멋대로 제2의 인생을 꿈꾼다. 하지만 퇴직이 없고 집안일이 일상인 아내는 ‘이제 나를 제발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아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자유 시간’인데 남편만 모른다.” 남성의 행복도는 배우자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혼자 사는 것보다는 그래도 배우자가 있는 편이 훨씬 행복하다.
2️⃣ 은퇴 부부는 이심이체(二心異體)
–퇴직하면 왜 아내 의존형 남편이 많아지나.
“퇴직 전에 부부의 만족도를 조사해보면 대부분의 항목에서 일치한다. 그런데 어긋나는 항목이 하나 있는데 ‘사회적 평가’가 그것이다. 아내가 직업이 있다면 다른 얘기겠지만, 만약 아내가 전업주부거나 파트타임만 했다면 스스로 사회적 평가가 부족하다고 느껴 본인 삶에 썩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분야에서 높은 사회적 평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가령 집안일을 효율적으로 해서 자기 시간을 조금씩 만들거나 취미 활동, 지역 봉사 등에 참여하는 것이다. 자녀가 독립하면 이런 외부 활동은 더욱 왕성해진다. 아내는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사회적 평가를 받고 자기 만족도 느껴간다.”
–아하! 남편은 일에서 소속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그렇다. 남성들은 주로 직장에서 사회적 평가를 얻고 만족하기 때문에 직장 밖의 세계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문제는 퇴직 후다. 일에만 집중했던 남성은 직장을 떠나면 자신의 세계라고 부를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출퇴근이라는 일상을 잃은 남성은 사회에서 단절되고 고립되어 뭘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그래서 아내에게 의존하려고 하는 것이다. 밖으로 외출하는 아내에게 ‘어디 가?’라면서 ‘혼자만 놀러다니니 서운하다’고 불만도 내비치게 된다. (인터뷰 1편에서 언급했듯) 일하는 날과 쉬는 날, 일상과 비일상이 있어야 부부 관계도 원만해지는데, 퇴직으로 일상이 무너지니 부부 관계도 틀어지는 것이다.”
–부부 사이가 틀어지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하나.
“아내에게 끼니 차려 달라고 보채지 말고, 집안일도 나눠야 한다. 아내에게 어디 가는지 묻지 않아야 한다. 아내가 걱정되어서 묻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나치면 좋지 않다. 아내가 외출한다면, 잘 다녀 오라고 배웅하고, 그 시간에 집에서 청소라도 해 놓으면 귀가한 아내가 엄청 고마워할 것이다. 나도 서툴긴 하지만, 연초에 퇴직하고 나서는 장보기, 쓰레기 버리기, 세탁소에 옷 맡기기, 침구 정리, 창문과 화장실 청소 같은 것을 맡아서 하고 있다. 은퇴는 부부가 다시 부부로 돌아가는 시기이지만 젊은 시절처럼 일체(一體)가 되는 건 아니다. 인생 후반전에는 배우자를 동료나 짝, 동반자로 생각해야 한다.”
–아내 의존형 남편은 배우자 사별이 큰 충격이겠다.
“아무리 사이 좋은 부부라고 하더라도 언젠가 한 사람은 먼저 떠나고 한 사람은 남는다. 여성은 평균 수명이 길어서인지 ‘남편이 먼저 죽지 않을까’ 생각도 하는데, 남편은 그런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 특히 아내에게 평생 의존해 살던 고령 남성이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정신적 충격에 빠지고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집안일은 하나도 할 줄 모르니 자식들을 애먹이고 잘 먹지 않아서 점점 노쇠하고, 질병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사별하는 연령대도 큰 변수다. 젊은 사람은 배우자 사별로 인한 정신 충격 회복 속도가 빠르지만, 80세 전후로 사별하면 굉장히 힘들다. 혼자서 회복하긴 어려우니 가족 등 주위에서 신경을 써줘야 한다.”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 사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여성은 집안일에 능숙해서 혼자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남편이 떠난 뒤 요리하기가 싫어져서 영양실조에 걸린 여성도 꽤 많다. 똑같이 요리를 해도 남편이 맛있다고 기뻐할 것을 기대하며 요리하는 것과, 나 혼자 먹기 위해 요리하는 것은 의미가 전혀 다르지 않는가. 혼자 산다면 의식적으로 지역에서 내가 ‘있을 곳’을 마련해야 한다. 그 어떤 것도 좋다. 문화 행사, 취미 동호회, 봉사 단체, 노인 대학 등 아무 곳이라도 참여해서 활동하면 회원으로서 존재를 인정받고,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있을 곳이 생겨난다. 마지막으로 학창 시절 친구 관계도 부활시키면 좋다. 동창들과 만나면 인생에서 가장 강렬했던 청춘 시절의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고, 그들이 내 마음의 ‘있을 곳’이 되어 준다.” (조선일보발췌)
1️⃣‘ 천국 vs 지옥’ 은퇴 부부의 동상이몽
–월급이 끊기는 삶은 공포스럽다.
“인간은 수입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일할 땐 월급이 있으니 나름대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퇴직 후에는 (연금이 넉넉한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여성은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남성보다 더 많이 불안감을 느낀다. 하지만 꿈과 낭만을 추구하는 남성은 아내의 불안감엔 아랑곳하지 않고 ‘은퇴 환상’을 품는다. 돈이 필요해서 일했으면서, 꿈이나 낭만이 더 중요하다고 착각한다.”
–‘은퇴 환상’이라는 말이 재미있다.
“현역 시절엔 안정을 추구하는 아내와 낭만을 추구하는 남편 심리가 균형을 이룬다. 그런데 남편이 퇴직하고 나면 이런 균형이 깨진다. 아내는 ‘남편이 일을 계속하고 돈도 벌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괜찮은 일이 없다’거나 ‘그런 일은 하기 싫다’면서 모른 척 하니 결국 부부끼리 다투게 된다. 퇴직한 남편은 ‘지금까지는 일을 우선시했지만 이제부터는 아내랑 여생을 즐겁게 보내야지’라고 제멋대로 제2의 인생을 꿈꾼다. 하지만 퇴직이 없고 집안일이 일상인 아내는 ‘이제 나를 제발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아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자유 시간’인데 남편만 모른다.” 남성의 행복도는 배우자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혼자 사는 것보다는 그래도 배우자가 있는 편이 훨씬 행복하다.
2️⃣ 은퇴 부부는 이심이체(二心異體)
–퇴직하면 왜 아내 의존형 남편이 많아지나.
“퇴직 전에 부부의 만족도를 조사해보면 대부분의 항목에서 일치한다. 그런데 어긋나는 항목이 하나 있는데 ‘사회적 평가’가 그것이다. 아내가 직업이 있다면 다른 얘기겠지만, 만약 아내가 전업주부거나 파트타임만 했다면 스스로 사회적 평가가 부족하다고 느껴 본인 삶에 썩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분야에서 높은 사회적 평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가령 집안일을 효율적으로 해서 자기 시간을 조금씩 만들거나 취미 활동, 지역 봉사 등에 참여하는 것이다. 자녀가 독립하면 이런 외부 활동은 더욱 왕성해진다. 아내는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사회적 평가를 받고 자기 만족도 느껴간다.”
–아하! 남편은 일에서 소속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그렇다. 남성들은 주로 직장에서 사회적 평가를 얻고 만족하기 때문에 직장 밖의 세계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문제는 퇴직 후다. 일에만 집중했던 남성은 직장을 떠나면 자신의 세계라고 부를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출퇴근이라는 일상을 잃은 남성은 사회에서 단절되고 고립되어 뭘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그래서 아내에게 의존하려고 하는 것이다. 밖으로 외출하는 아내에게 ‘어디 가?’라면서 ‘혼자만 놀러다니니 서운하다’고 불만도 내비치게 된다. (인터뷰 1편에서 언급했듯) 일하는 날과 쉬는 날, 일상과 비일상이 있어야 부부 관계도 원만해지는데, 퇴직으로 일상이 무너지니 부부 관계도 틀어지는 것이다.”
–부부 사이가 틀어지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하나.
“아내에게 끼니 차려 달라고 보채지 말고, 집안일도 나눠야 한다. 아내에게 어디 가는지 묻지 않아야 한다. 아내가 걱정되어서 묻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나치면 좋지 않다. 아내가 외출한다면, 잘 다녀 오라고 배웅하고, 그 시간에 집에서 청소라도 해 놓으면 귀가한 아내가 엄청 고마워할 것이다. 나도 서툴긴 하지만, 연초에 퇴직하고 나서는 장보기, 쓰레기 버리기, 세탁소에 옷 맡기기, 침구 정리, 창문과 화장실 청소 같은 것을 맡아서 하고 있다. 은퇴는 부부가 다시 부부로 돌아가는 시기이지만 젊은 시절처럼 일체(一體)가 되는 건 아니다. 인생 후반전에는 배우자를 동료나 짝, 동반자로 생각해야 한다.”
–아내 의존형 남편은 배우자 사별이 큰 충격이겠다.
“아무리 사이 좋은 부부라고 하더라도 언젠가 한 사람은 먼저 떠나고 한 사람은 남는다. 여성은 평균 수명이 길어서인지 ‘남편이 먼저 죽지 않을까’ 생각도 하는데, 남편은 그런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 특히 아내에게 평생 의존해 살던 고령 남성이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정신적 충격에 빠지고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집안일은 하나도 할 줄 모르니 자식들을 애먹이고 잘 먹지 않아서 점점 노쇠하고, 질병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사별하는 연령대도 큰 변수다. 젊은 사람은 배우자 사별로 인한 정신 충격 회복 속도가 빠르지만, 80세 전후로 사별하면 굉장히 힘들다. 혼자서 회복하긴 어려우니 가족 등 주위에서 신경을 써줘야 한다.”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 사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여성은 집안일에 능숙해서 혼자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남편이 떠난 뒤 요리하기가 싫어져서 영양실조에 걸린 여성도 꽤 많다. 똑같이 요리를 해도 남편이 맛있다고 기뻐할 것을 기대하며 요리하는 것과, 나 혼자 먹기 위해 요리하는 것은 의미가 전혀 다르지 않는가. 혼자 산다면 의식적으로 지역에서 내가 ‘있을 곳’을 마련해야 한다. 그 어떤 것도 좋다. 문화 행사, 취미 동호회, 봉사 단체, 노인 대학 등 아무 곳이라도 참여해서 활동하면 회원으로서 존재를 인정받고,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있을 곳이 생겨난다. 마지막으로 학창 시절 친구 관계도 부활시키면 좋다. 동창들과 만나면 인생에서 가장 강렬했던 청춘 시절의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고, 그들이 내 마음의 ‘있을 곳’이 되어 준다.” (조선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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