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도 모르는 대한민국 저출산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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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6-13 10:40 조회1,802회 댓글0건본문
-한국다운 것 버려야 한다는 데이비드 콜먼 교수의 충고
저출산 해결 안 되는 진짜 이유는 재탕 삼탕 정책의 극빈한 상상력
세종시 출생률 1위 비결에 답 막강 컨트롤타워로 새판 짜야-
초여름 단비가 내리던 날 이화여대에서 만난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한국 같은 선진국에 와서 어떻게 해야 삶이 나아지는지 조언하는 것이 교만하게 보이겠지만 기분 나쁘게 듣지 말아 달라”며 빙그레 웃었다. 인구학자인 그는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의 저출산이 지속되면 지구 위에서 사라지는 1호 인구 소멸 국가가 될 것이라 경고했던 세계적인 석학이다.
올해가 네 번째 방한인데 올 때마다 한국의 출생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아쉬워한 그는 “한국다운 것이 변해야 한다”는 한마디로 저출산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다운 것이란, 가부장제와 가족 중심주의, 과도한 업무 시간과 성별 임금 격차, 입시 과열과 치솟는 사교육비, 비혼 출산을 터부시하는 문화다.
77세 백발의 노학자가 남의 나라 사정을 훤히도 꿰뚫었다 싶지만, 크게 새로울 것도 없는 진단이다. 국가 차원의 저출산 고령화 정책이 시동을 건 2000년대 중반 이후 각계 전문가들이 줄곧 지적해온 문제들이다. 오히려 최근의 미세한 변화까지는 감지하지 못 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체득한 성 평등 의식으로 육아휴직은 물론 가사 노동을 당연히 분담 혹은 전담하는 2030 남성들이 크게 늘고, 대기업 중심이긴 하나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재택근무, 유연근무를 권장하며 가족 친화적 근로 환경을 만들려는 기업들 노력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콜먼 교수가 정작 진단하지 못한 대한민국 저출산의 ‘주범’은 따로 있다. 정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의 극빈한 상상력이다. 공보육을 국정 과제로 삼은 노무현 정부 이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내놓은 대책들만 비교해봐도 여실하다. 모든 대통령들이 “아이를 낳기만 하면 키워준다”고 장담하며 갖가지 대책을 나열했지만,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온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육아휴직 기간 확대, 아동수당 지급 외에는 건질 것이 없는 무실속 방안들의 재탕, 삼탕이었다. 그마저도 국공립어린이집은 전체 보육 시설의 20%에 불과하고, 육아휴직은 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보상이 뒷받침돼야 실효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판이다.
가장 불가사의한 건 지자체의 출산 장려금 경쟁이다. 전문가들이 선심성 뇌물 같은 정책은 출생률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이 아프도록 충고하는데도 줄기차게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만큼 눈먼 돈이 많다는 뜻일까.
윤석열 정부도 다르지 않다. 15년간 280조원을 쏟아붓고도 합계 출산율 0.78명으로 떨어진 현실을 타개하겠다며 내놓은 대책 중에 젊은 부부의 귀를 솔깃하게 할 내용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아이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공동 육아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아이 낳을 부모가 있을까. 아이를 셋 낳으면 군대를 면제해주겠다는 황당무계 아이디어가 차라리 신선하게 들릴 정도다. 적어도 아동수당을 고등학생까지 확대 지급하고, 육아 세대에 제공할 공공주택 20만호를 짓고, 육아휴직을 쓰는 부모의 급여를 100%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일본 기시다 내각의 대안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백약이 무효하다는 저출산 대책에 우리 정부가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동물행동학자 최재천의 진단대로, 어느 세대보다 영악하고 계산이 빠른 2030 젊은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믿는다. 아이를 낳으면 경력이 단절되고, 대학까지 보내려면 한 명당 3억원이 들고, 초등 4학년때 의대반·비(非)의대반으로 갈리고, 소아 응급실이 없어 병원을 전전하다 죽는 사회에서 저출산은 지극히 당연한 진화적 적응 현상이라는 것이다.
결국 저출산은 출산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아이 키우는 데 걸림돌이 되는 입시, 주거, 의료 환경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종합적으로 병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당장 공무원들 많이 사는 세종시가 왜 전국에서 출생률 1위를 달리는지 살펴보라. 국공립 보육 시설이 41%, 국공립 유치원은 95%에 달하고, 특별 분양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렵지 않으며, 안정적 일자리에 칼퇴근과 육아휴직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예산이 없다고? 한국의 GDP 대비 가족 지원 예산은 1.56%로 OECD 평균 2.29%에 못 미치며, 저출산을 극복한 프랑스·독일·스웨덴(3.37%)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골든타임이 5년밖에 남지 않았단다. 아무 권한도, 책임도, 아이디어도 없는 위원회에 나라의 미래를 맡기지 말고 막강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새 판을 짜야 한다.(조선일보발췌)
저출산 해결 안 되는 진짜 이유는 재탕 삼탕 정책의 극빈한 상상력
세종시 출생률 1위 비결에 답 막강 컨트롤타워로 새판 짜야-
초여름 단비가 내리던 날 이화여대에서 만난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한국 같은 선진국에 와서 어떻게 해야 삶이 나아지는지 조언하는 것이 교만하게 보이겠지만 기분 나쁘게 듣지 말아 달라”며 빙그레 웃었다. 인구학자인 그는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의 저출산이 지속되면 지구 위에서 사라지는 1호 인구 소멸 국가가 될 것이라 경고했던 세계적인 석학이다.
올해가 네 번째 방한인데 올 때마다 한국의 출생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아쉬워한 그는 “한국다운 것이 변해야 한다”는 한마디로 저출산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다운 것이란, 가부장제와 가족 중심주의, 과도한 업무 시간과 성별 임금 격차, 입시 과열과 치솟는 사교육비, 비혼 출산을 터부시하는 문화다.
77세 백발의 노학자가 남의 나라 사정을 훤히도 꿰뚫었다 싶지만, 크게 새로울 것도 없는 진단이다. 국가 차원의 저출산 고령화 정책이 시동을 건 2000년대 중반 이후 각계 전문가들이 줄곧 지적해온 문제들이다. 오히려 최근의 미세한 변화까지는 감지하지 못 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체득한 성 평등 의식으로 육아휴직은 물론 가사 노동을 당연히 분담 혹은 전담하는 2030 남성들이 크게 늘고, 대기업 중심이긴 하나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재택근무, 유연근무를 권장하며 가족 친화적 근로 환경을 만들려는 기업들 노력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콜먼 교수가 정작 진단하지 못한 대한민국 저출산의 ‘주범’은 따로 있다. 정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의 극빈한 상상력이다. 공보육을 국정 과제로 삼은 노무현 정부 이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내놓은 대책들만 비교해봐도 여실하다. 모든 대통령들이 “아이를 낳기만 하면 키워준다”고 장담하며 갖가지 대책을 나열했지만,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온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육아휴직 기간 확대, 아동수당 지급 외에는 건질 것이 없는 무실속 방안들의 재탕, 삼탕이었다. 그마저도 국공립어린이집은 전체 보육 시설의 20%에 불과하고, 육아휴직은 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보상이 뒷받침돼야 실효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판이다.
가장 불가사의한 건 지자체의 출산 장려금 경쟁이다. 전문가들이 선심성 뇌물 같은 정책은 출생률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이 아프도록 충고하는데도 줄기차게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만큼 눈먼 돈이 많다는 뜻일까.
윤석열 정부도 다르지 않다. 15년간 280조원을 쏟아붓고도 합계 출산율 0.78명으로 떨어진 현실을 타개하겠다며 내놓은 대책 중에 젊은 부부의 귀를 솔깃하게 할 내용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아이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공동 육아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아이 낳을 부모가 있을까. 아이를 셋 낳으면 군대를 면제해주겠다는 황당무계 아이디어가 차라리 신선하게 들릴 정도다. 적어도 아동수당을 고등학생까지 확대 지급하고, 육아 세대에 제공할 공공주택 20만호를 짓고, 육아휴직을 쓰는 부모의 급여를 100%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일본 기시다 내각의 대안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백약이 무효하다는 저출산 대책에 우리 정부가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동물행동학자 최재천의 진단대로, 어느 세대보다 영악하고 계산이 빠른 2030 젊은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믿는다. 아이를 낳으면 경력이 단절되고, 대학까지 보내려면 한 명당 3억원이 들고, 초등 4학년때 의대반·비(非)의대반으로 갈리고, 소아 응급실이 없어 병원을 전전하다 죽는 사회에서 저출산은 지극히 당연한 진화적 적응 현상이라는 것이다.
결국 저출산은 출산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아이 키우는 데 걸림돌이 되는 입시, 주거, 의료 환경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종합적으로 병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당장 공무원들 많이 사는 세종시가 왜 전국에서 출생률 1위를 달리는지 살펴보라. 국공립 보육 시설이 41%, 국공립 유치원은 95%에 달하고, 특별 분양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렵지 않으며, 안정적 일자리에 칼퇴근과 육아휴직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예산이 없다고? 한국의 GDP 대비 가족 지원 예산은 1.56%로 OECD 평균 2.29%에 못 미치며, 저출산을 극복한 프랑스·독일·스웨덴(3.37%)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골든타임이 5년밖에 남지 않았단다. 아무 권한도, 책임도, 아이디어도 없는 위원회에 나라의 미래를 맡기지 말고 막강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새 판을 짜야 한다.(조선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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