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대신 생각 키우는 엄마의 질문법, 정답 주기 보다 함께 대화 이어가야”
“이건 뭐야?”
그림책을 펼칠 때마다 아이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 던지는 말입니다. 저도 어린 시절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물곤 했죠. “그건 민들레야.” “이건 해바라기지.” 엄마는 반사적으로 대답하다가도, 잠시 멈추고 제게 눈빛을 보냅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의 질문은 단순히 정답을 알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 함께 보고 싶다는 초대였죠. 눈앞의 무언가를 엄마와 함께 바라보고, 마음속 감정을 나누고 싶은 신호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책을 좋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으시죠? 호통이나 독촉 대신 좋은 질문을 한번 해보세요. 그런데 우리는 종종 이 초대를 놓칩니다. 아이의 질문에 재빨리 대답하거나 “몇 번을 말했잖아”라며 대화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많은 부모가 아이의 호기심을 지식 전달의 기회로 바꾸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때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대화의 여백입니다. “이건 뭐야?”의 질문을 엄마가 다시 질문으로 되돌려주는 순간, 생각의 문이 열립니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
“머릿속에 어떤 단어가 떠올라?”
이렇게 되묻는 말은 아이를 생각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엄마의 질문이 아이의 마음을 붙잡아주는 손이 되는 거죠. 아이는 스스로 생각을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대답이 맞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그 안에는 세상을 자기 언어로 연결하려는 사고의 시도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도를 인정받을 때, 아이의 언어와 사고는 더 멀리 뻗어갑니다. 언어 발달 학자들은 유아기의 ‘공유주의’를 강조합니다. 같은 대상을 함께 보고, 느끼고, 반응하는 경험이 아이의 언어 습득을 결정적으로 도와준다는 것이죠. 이는 아이가 “이건 뭐야?”라고 물을 때 엄마가 같이 바라보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민들레 홀씨가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우와, 멀리 여행을 가네. 홀씨는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을까?”라고 반응하는 엄마의 말이 아이의 감각과 언어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눈이 반짝이는 순간, 이미 재미있는 읽기는 시작된 것입니다. 그 힘은 정답을 아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아이가 생각을 말로 꺼내 보는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아이가 물으면, 엄마는 다시 묻습니다. 그 짧은 대화 속에서 아이의 언어가 풍부해지고, 사고력이 자랍니다. 오늘도 아이가 물을 것입니다.
“엄마, 이건 뭐야?”
그때 잠시 멈춰 아이의 눈을 바라봐 주세요. 서두르지 말고, 아이의 눈빛 속에 담긴 호기심을 읽어주세요. 그리고 천천히 되물어 주세요.
“너는 뭐라고 생각해?”
그 짧은 한마디가 아이의 세상을 넓히는 질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엄마도 아이와 함께 자라납니다.(조선일보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