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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는 팔순의 병이 아니라, 50대부터 시작하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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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8-12 09:25 조회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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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는 술도 많이 안 드셨고, 담배도 끊으셨습니다. 머리 쓰는 바둑도 열심히 두셨고요. 그런데 왜 치매가 온 걸까요?” 80세 아버지가 병원에서 치매로 진단 받자, 진료실의 아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신경과 전문의의 질문은 결이 좀 달랐다. “보청기는 언제부터 사용했나요?” “친구들을 자주 만났나요?” “매일 걷거나 근력운동을 했습니까?”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지는 않았나요?”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늙어 보인다고 보청기를 안 썼다. 퇴직 후 사람 만나는 일도 줄었고, 기운 없다고 외출도 꺼려했다. 그런 생활의 변화가 치매 발생 위험 요인이었다는 게 의사의 분석이다. 최근 치매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국제적인 치매 연구는 한 결론으로 모인다. 치매는 기억력이 나빠져 생기는 뇌의 병이 아니라, 20~30년에 걸쳐 형성되는 생활습관병이라는 결말이다. 수십 년 동안 쌓인 나쁜 생활습관과 신체 변화가 뇌를 퇴행시켜 치매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논문 영향력을 가진 국제학술지 ‘랜싯(Lancet)’의 ‘헬시 롱제비티(건강 장수)’ 저널은 최근 미국·영국·한국·중국·인도 등 14국 50세 이상 21만4000여 명의 치매 관련 자료를 분석한 연구를 발표하면서 그 점을 강조했다. 치매는 ’80세에 생기는 병’이 아니라, ’50세에 시작하는 병’이라는 것이다. 학술지 랜싯은 치매 예방 전략을 뇌 중심에서 벗어나, 나라별 특성에 맞는 생활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형 치매 예방 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대부분의 선진국은 치매 위험 요인 가운데 비만이 상위권에 있다. 미국의 비만율은 45%나 됐다. 한국 고령자 비만율은 6.2%에 불과하다. 이 말은 미국식 치매 예방 전략대로 “살부터 빼자”고 했다가는 헛일이 된다는 의미다. 한국인은 비만보다 혈압을 먼저 잡아야 한다. 우리의 고혈압 유병률은 37%로, 고령자 비만보다 훨씬 흔하다. 혈압 관리는 치매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 몸의 혈관 가운데 가장 가늘고 섬세한 곳이 뇌혈관이다. 혈압이 오르면, 작은 혈관이 더 잘 손상된다. 그 결과 해당 조직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줄어든다. 고혈압이 뇌혈관을 손상시키고, 결국은 기억과 판단을 담당하는 뇌세포도 파괴한다는 얘기다. ’100세 뇌 시대’에는 치매 예방을 위해 혈관 관리를 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는 대부분 국가에서 위험요인 순위가 낮지만 우리는 달랐다. 한국은 과도한 음주가 상대적으로 치매 위험 요인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술은 간만 해치는 것이 아니라, 혈압을 높이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며, 낙상과 두부 손상을 늘린다. 술은 치매 발생 위험 경로 곳곳을 적신다. 한국 사회 분위기에서 치매 발생 최대 취약 포인트로 보청기 거부감이 꼽힌다. 랜싯 치매위원회는 치매 발생 위험 요인 1순위로 난청을 꼽는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면 사람과의 대화가 줄어든다. 대화가 줄면 뇌를 사용할 기회도 줄어든다. 사회적 고립이 시작되고 우울감이 생긴다. 뇌 전체가 활동을 멈추면서 인지기능은 크게 떨어진다. 보청기는 노인의 상징이 아니라, 젊은 뇌를 지키는 의료기기임을 인식해야 한다.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사용을 격려해야 한다. 시력이 좋지 않으면 안경을 쓰듯, 청력이 떨어지면 당연히 보청기를 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건강검진과 1차의원을 통한 만성질환 관리 인프라를 비교적 잘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을 조기 발견하고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심혈관 건강뿐만 아니라, 뇌 건강을 위해 만성질환 관리에 나서라. 건강검진에서 청력과 시력 변화, 우울증 선별, 신체 활동 측정, 사회적 고립 평가 등도 이뤄지는 것이 좋겠다. 전국에 256곳의 치매안심센터가 있는데, 그 기능을 ‘예방센터’로 확장할 필요도 있다. 동네 걷기 교실, 자원봉사 프로그램, 독서 클럽, 근력 운동, 영양 교육, 청력 상담, 수면 지도 등이 치매센터를 통해 활성화돼야 한다. 치매는 병원이 아니라 생활 공간에서 예방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기억을 잃지 않고, 사람들과 대화를 즐기고, 혼자 장을 보고, 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져야 한다. 과거에는 “나이 들어 치매가 생기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치매도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오늘의 혈압, 걸음 수, 사람들과 어울린 횟수, 보청기를 일찍 하기로 한 결정 등이 쌓이면서 치매와 멀어질 수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는 50대부터 뇌 속에 쌓이고, 고혈압으로 뇌혈관은 이른 나이에 손상된다. 치매 예방은 고혈압이 시작되는 40~50대, 당뇨병과 비만이 늘어나는 중년부터, 하체 근력이 줄어드는 장년부터 이뤄져야 한다.
    치매 예방은 더 이상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하루 30분 이상 빠르게 걸어라. 걷기는 가장 강력한 뇌 운동이다. 근육은 뇌를 지키는 또 하나의 장기다. 하체 근육을 키워라. 매일 사람을 만나라. 대화는 최고의 인지훈련이다. 잠을 깊게 자려고 노력하라. 숙면은 뇌 노폐물을 청소하는 시간이다. 귀가 늙으면 뇌도 늙는다. 보청기 사용을 주저하지 마시라. 오늘의 건강한 생활이 10년 뒤, 20년 뒤 우리의 뇌를 총명하게 만든다. 치매는 노년의 병이지만, 예방은 중년의 삶에서 시작된다. 뇌는 나이 들어 늙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방식대로 늙는다는 것을 명심하자.(조선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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