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서 첫발을 내디뎠을 때 온 가족이 큰 환희를 느낀다. 걸음마가 바로 사람으로서 삶의 시작을 알리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고 움직임의 기본은 걷는 것이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끝까지 걸어야 살아있는 존재로서 진정한 당위라 볼 수 있다.
노화는 다리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걷지 않거나 걷지 못하게 되면 신체는 급속하게 노화하기 때문이다. 노화 연구를 하면서 많은 백세인을 만났는데,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다. 103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백 살 넘도록 신촌 뒷산을 매일 한두 시간씩 걸었다. 의정부에서 만난 101세 남궁전씨는 아흔이 넘어 걷기 동호회에 가입하여 젊은이들과 국내외를 누비고 다녔다. 평소에는 집에서 4Km 정도 떨어진 공원 운동 시설을 매일 걸어서 이용했다. 광주 남부대학교를 설립한 98세 조용기 학원장은 새벽 3시면 일어나 일기를 쓰고 다섯 시쯤 나가서 학교 교정을 한 시간 이상 걷는다. 국가 과학기술 유공자로 추대된 생명과학계 원로 조완규 박사는 96세인 지금도 매일 5시에 일어나 집에서 서리풀공원까지 산책하고 운동 기구를 만진다. 조 박사는 만날 때마다 스마트폰 앱에 기록된 보행 숫자를 보여준다. 오전에 이미 팔천 보에서 만보가 넘어 있다.
수많은 백세인이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공통점은 나이에 상관없이 매일 규칙적으로 걷는 것이다. 어떻게 얼마나 걷기가 바람직한가는 차후에 언급할 예정이지만, 우선 건강 장수의 가장 중요한 선행 조건은 나이를 따지지 말고 쉼 없이 매일 습관적으로 걷는 것이다.(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