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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짱소식

    부부가 둘 다 잘 먹고 잘 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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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1-31 11:40 조회1,247회 댓글0건

    본문

    ◇결혼, 중앙선이 없는 도로에서의 쌍방 통행
    나는 두 번 결혼했다. 지금 남편과는 재혼이다. 남편은 초혼이었다. 첫 번째 결혼생활은 지독하게 외로웠다. 결혼을 하면 무조건, 그 순간부터 누군가가 곁에서 나를 보호해주고 다독여주고 내 편이 되는 줄 알았다. 혼자보다 둘이 낫다는 세간의 이야기를 믿고 싶었다. 일 잘하며 제 몫을 하며 사는데도 서른을 넘긴 미혼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엇인가 부족한 사람처럼 바라보는 그 시선이 싫었다. 그런데 마침 적당한 조건의 남자를 만나 제대로 연애도 해보지 않고 성급하게 결혼부터 했다. 그리고 보기 좋게 실패했다. 결혼하고 남편도 있는데 나는 지독하게 외로웠다. 첫 번째 남편은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 외에는 관심이 없는 이기적인 사람이었을 뿐이다. 결혼 1년 만에 ‘이 사람과 살면 난 평생 외롭고 불행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그만 살자고 요구했다. 그는 내 요구에 혼인신고로 답했다. 결혼하고 미루던 혼인신고를 나의 결별 요구에 드디어 실행한 것이다. 이런 그와 이혼은 쉽지 않았다. 난 우리 관계가 좋아지도록 노력하기보다 그를 피하며 술을 마셨고 그는 내게 등을 보이고 게임을 했다. 서로를 투명인간처럼 대하고 살기를 여러 달, 어느 날 내가 외출한 사이 그는 집에서 나왔다며 울면서 전화했다. 별거 후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기까지 또 1 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무슨 이유인지 그는 계속 도장 찍기를 미뤘다. 어렵게 이혼했고, 이혼을 선택한 나를 자책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와의 이혼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혼은 내가 했던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믿는다.
    ◇“고노와다에 소주 한잔하실래요?”로 시작된 두 번째 결혼
    이혼 후 잠깐 잠깐 남자를 만났지만 진지하게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마흔을 넘겼는데 미혼보다는 한 번 다녀온 게 낫지 않냐,라고 내 상황을 대충 얼버무리며 지냈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출판기획자인 나는 새로운 저자를 찾던 중 그의 블로그 글을 읽기 시작했고 그에게 관심이 생겼다. 글에서 보이는 그는 유머 있고 무엇보다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었다. 난 언제나 선한 사람에게 끌린다. 단골 바에서 우연찮게 인사를 나눈 후 “고노와다(해삼 내장)에 소주 한잔하실래요?”라는 나의 문자를 받고, 고노와다가 무엇인지 궁금해 일식집으로 달려왔다는 그를 보며 내 가슴은 심하게 쿵쾅거렸다. 그와 2년 동안 연애하고, 1년 반 만에 동거를 시작했다. 동거하던 우리에게 돌아가신 시어머님은 “너희들 결혼을 하지 그러니”라고 하셔서 우린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 결혼은 동거, 혼인신고, 결혼식으로 진행되었고 현재 12년 차 부부로 산다. 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부부는 대체로 어디든 같이 다닌다. 같이 봉사활동에 가고, 연극을 보고, 한 계정에 연극에 대해 각자 다른 리뷰를 쓰며, 독서모임을 하고 책 쓰기 워크숍을 하며 산다. 둘 다 나이가 들어 결혼했는데도 가진 것은 많지 않아 생활은 넉넉하지 않지만 단 한순간도 이 결혼생활이 힘들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나이가 든 미혼 친구들이 종종 우리 부부에게, “두 사람처럼 살 수 있으면 결혼하겠어요”라고 말하고, 어떤 커플은 우리 사는 것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다고 고백한다. 기혼 부부도 종종 우리에게 이상적인 부부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결혼생활은 뭐 특별할까? 글쎄 모르겠다. 다만 우리 결혼생활은 다른 부부와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첫째, 우린 둘 다 나이가 많이 들어 결혼했다. 결혼할 때 남편은 마흔여덟, 나는 마흔넷이었다. 
    둘째, 우리에겐 아이가 없고 앞으로도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셋째, 고아는 아니지만 이제 우리에겐 봉양해야 할 부모가 안 계시고 갈등의 요소가 되는 가족과의 돈독함도 없다.
    넷째, 아내 혹은 남편보다 우선순위의 친구가 없다.
    ◇가진 것도 있다.
    첫째,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비슷해 미워하는 사람이 대체로 같다.
    둘째, 서로 좋아하는 것을 존중하고 그것을 같이 해주거나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
    셋째, 상대의 잘못과 실수를 비난하기보다 잘못과 실수 뒤에 숨은 고단함을 들여다볼 마음이 있다.
    넷째, 남편은 잘 잃어버리고, 잊는 건망증이 있고 나에겐 뭐든 잘 챙기는 완벽성이 있다.
    그렇다. 우리 부부는 없는 것에 사로잡혀 가지려 하기보다 그것을 장점으로 생각하고 가진 것은 잘 활용해 산다. 첫 번째 결혼에서는 이러지 못했다. 나와 너무 다른 당시의 남편을 틀렸다고 여겼다. 부부 사이가 애틋했던 부모 아래서 자란 나와 달리 서로를 소 닭 보듯 사는 부모와 살았던 그는 부부가 같이 다니고 어울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다름을 인정하며 천천히 맞추고 부족함을 보완하는 것, 그것이 부부의 미덕이라는 것을 두 번째 결혼에서 깨달았다.
    ◇ “그의 보호자가 되고 싶었어”라는 고백
    그렇더라도 “결혼에 대해 정색하고 써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다소 당황했다. 마침 우리 부부는 정말 오랜만에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남편에게 이번 여행에선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자고 했고, 남편도 좋다고 답했다. 우리에게 결혼은 자연스러운 연애 단계에 속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떠했는지 여행지에서 만난 몇 명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제주도 서쪽에 있는 카페 ‘무한의 서’는 남편이 특별히 좋아하는 소설가 최진영 씨 남편 이동건 씨가 운영하는 커피집이다. 두 사람은 2005년 만나서 2014년 관계가 바뀌었고 2022년 2월에 결혼해 제주로 이주했다고 한다. 결혼과 함께 카페 사장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된 그에게 결혼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이 대표는 “우리 관계는 연애와 별로 다르지 않다. 다만 나는 이제 아내의 법적 보호자가 되었다. 아내가 아플 때 병원에서 법적인 보호자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오랜 연애 끝에 조용히 결혼식을 올린 친구에게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물었을 때 그 친구 역시 “남자친구가 아파서 누워 있는데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결혼해 보호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동성 커플이 결혼을 합법화해달라는 요구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이 깊게 담겨 있다. 법적인 결혼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보호자가 되겠다는 마음은 상대에 대해 책임감을 갖겠다는 다짐이다. 그러니 결혼은 아주 중한 책임감을 스스로 갖겠다는 실천적 행위이기도 하다. 결혼은 부계의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신석기시대에 등장해 농경시대에 정착한 제도다. 이는 출산이 전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농경사회에서 결혼은 새로운 노동력 확보를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수단이라 해석해도 틀리지 않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결혼과 출산은 동일시되지 않는다. 결혼은 스스로 원하는 이상향의 가족을 만들어 서로를 보호할 책임을 갖겠다는 자발적이며 능동적인 자기 의지의 표현이자 행동이다. 내가 아닌 타인을 책임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상대에 대한 책임감이 전제되는 결혼은 두려운 일이다. 게다가 우리는 결혼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이루려 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독립, 경제적인 자립, 그럴싸한 배경도 결혼을 통해 만들려고 과욕을 부린다. 이런 욕심이 결혼을 어렵고 힘든 일로 만든다. 나의 첫 번째 결혼도 바로 이런 이유로 실패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어놓을 것이 있어야 한다. 중앙선이 없는 도로에서의 쌍방 통행 같은 것, 내가 생각하는 결혼을 한마디로 표현해보니 이런 문장이 나왔다. (글 윤혜자 출판기획자(《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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